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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한국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031%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기준금리는 묶여 있는데 시장금리는 계속 내려갔습니다. 왜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엇갈렸을까요?

기준금리는 고정, 시장금리는 하락한 이상한 18개월
2023년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멈췄습니다. 그 이후 약 2년 동안 인상도 인하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4.031%까지 올라갔던 이 지표가 2025년 8월에는 2.427%까지 내려갔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시장금리는 1.6%p 이상 떨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통 기준금리가 중앙은행의 정책 신호이고, 시장금리가 그를 따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18개월 동안은 반대였습니다. 기준금리 수준은 그대로였지만, 시장은 미래의 금리 인하를 미리 예상하고 국고채 가격을 올려서 수익률(금리)을 내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정책 당국이 움직일 이유가 없는데 시장은 어떤 신호를 받았을까요?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정책 수립자들의 고민을 살펴봐야 합니다.
글로벌 금리 약세가 한국 정책을 압박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세계 금리는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2023년 초반부터 금리를 올리다가 중반부터 멈췄고, 인상 사이클이 끝났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후반부터는 글로벌 물가 둔화가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전망이 시장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국고채 시장의 참여자들은 ‘미국도 금리를 내릴 테니 한국도 따라서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아직 3.50%에 묶여 있어도 ‘머지않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국고채 가격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시장금리를 계속 떨어뜨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2024년 10월 기준금리가 3.25%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2025년 5월에는 2.50%까지 내려갔습니다. 시장이 미리 본 길을 정책 당국이 따라간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시장이 이미 이 방향을 보고 있었다면, 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빨리 내리지 않았을까요? 정책 당국이 시장의 신호를 외면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환율 안정과 자본 유입이 인상을 억제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빨리 내리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원화 가치입니다. 한국만 금리를 빨리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커지면서 달러가 더 매력적이 됩니다. 그러면 해외 투자자들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데, 이렇게 되면 원화 약세가 심해집니다. 원화가 약하면 수입 물품이 비싸져서 일반인들이 사는 상품 가격이 올라갑니다.
둘째, 한국 내 금융 안정입니다. 한국은행이 2026년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할 당시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고 수도권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금리가 너무 낮으면 돈을 빌리기 쉬워지고, 그 돈이 부동산 투기로 흘러가서 집값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글로벌 금리가 내려도 한국 내부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갈등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세계 금리는 내려가는데 한국만 금리를 유지하거나 천천히 내려야 했던 것입니다. 이 상황이 2년 반 동안 계속되다가 2026년 중반이 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2026년 재인상은 글로벌 금리 반전의 신호
2026년 7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로 올렸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처음 인상입니다. 같은 시기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427%(2025년 8월)에서 3.828%(2026년 7월)로 올라갔습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동시에 상승 궤도에 진입한 것입니다.
이 변화의 배경을 보면, 글로벌 금리 환경이 반전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미국의 인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국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국내 성장세 강화와 물가 상승도 인상의 배경이었지만, 환율 안정과 금융안정 위험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2023년 10월의 4.031%가 정점이었고, 그 이후 2년 반 동안 내려갔다가 2026년이 되어서야 다시 올라가는 U자형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기준금리 정책이 얼마나 글로벌 환경에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앞으로 금리는 글로벌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뜻
지난 2년 반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한국의 기준금리 정책은 자체 정책 판단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환율, 글로벌 금리, 자본 이동이 항상 배경에 있고, 한국은행은 이들과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2023년 10월부터 2026년 7월까지의 여정이 정확히 이것을 보여줬습니다.
당신이 지금 금리 상품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고려한다면,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의 신호뿐만 아니라 ‘미국 금리의 향방’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은행의 정책 결정은 이들을 종합해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새로 시작된 상승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 과정에서 금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결국 글로벌 환경에 달려 있습니다.
당분간은 미국 금리 전망, 원·달러 환율 변동성, 국내 금융안정 지표(특히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를 주시하면서 기준금리 정책과 국고채 시장의 방향을 읽어내는 것이 현명한 대처가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만약 당신이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차입자나 예금자라면, 2026년의 금리 재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을 의미합니다. 새로 차입하거나 기존 대출의 금리 갱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예금자라면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이므로 새로운 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자산배분 전략도 재검토해야 합니다. 국고채 3년물이 2025년 8월의 2.427%에서 2026년 7월 3.828%로 올라간 것처럼, 더 많은 채권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갑니다. 이미 보유한 채권의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새로 사는 채권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금리 흐름만 봐서는 안 되고 미국과 글로벌 금리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의 다음 정책 결정은 당신의 대출 계획이나 투자 시점만큼 글로벌 변수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 한국은행 ECOS · FRED (세인트루이스 연은)
※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